공항 자동입국 시스템

자동입국 시스템이 실패하거나 중단된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

Wasa_Bee 2025. 7. 10. 01:27

자동입국 시스템은 전 세계 공항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입국 심사를 자동화하고 효율화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여권과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이 시스템은 대기 시간 단축, 보안 강화, 공항 운영 효율성 개선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그렇듯, 자동입국 시스템 역시 도입 과정에서의 실패, 운영상의 오류, 사회적 반발, 법적 문제 등으로 인해 중단되거나 철회된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

자동입국 시스템이 실패하거나 중단된 사례

이러한 실패 사례는 단순한 기술 문제만이 아니다. 정치적 환경, 국민의 프라이버시 인식, 제도 미비, 보안 이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완성도 높은 자동입국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수용성과 법적 기반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자동입국 시스템이 실패하거나 중단된 대표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원인과 교훈을 분석해본다. 성공 사례만큼이나 중요한 실패 사례를 통해 우리는 미래 자동입국 시스템의 방향성과 리스크 요인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캐나다 Nexus 시스템 확장 중단 사례

캐나다는 미국과 함께 ‘Nexus’라는 자동입국 시스템을 공동 운영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미리 사전 심사를 마친 이용자에게 빠른 입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주로 자국민과 등록된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2022년부터 시스템 확장에 큰 제동이 걸렸다. 특히 미국과의 데이터 공유 문제와 캐나다 내 시민단체의 개인정보 보호 반발이 주된 원인이었다.

Nexus 시스템은 자동 게이트를 통해 얼굴 인식 및 여권 정보 확인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됐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국토안보부와의 생체 정보 연동 요구가 거세졌고, 캐나다 시민단체는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들은 미국 정부가 캐나다 국민의 생체 정보를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에 대해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캐나다 측은 시스템 확장을 보류했다. 결국 Nexus 시스템은 미국 공항에서는 정상 운영되었지만, 캐나다 내 주요 공항에서는 자동입국 게이트의 설치가 대폭 지연되거나 중단되었다.

이 사례는 자동입국 시스템이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냐’를 넘어서, 양국 간의 신뢰, 데이터 주권, 국민적 수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법률과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한다면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도 Aadhaar 기반 공항 자동화 실험의 중단

인도는 세계 최대의 생체 인증 시스템인 Aadhaar(아드하르)를 기반으로 자동입국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했다. Aadhaar는 인도 국민의 지문, 홍채, 얼굴 정보 등을 등록한 신원확인 시스템으로, 약 12억 명이 등록되어 있으며 다양한 공공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이를 활용해 공항 입국 심사, 탑승 수속까지 자동화하는 DigiYatra 프로젝트가 추진되었고, 2019년부터 시범 운영이 본격 돌입이 되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법적 대응으로 인해 일부 공항에서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Aadhaar 데이터가 민간 항공사와 공항 운영사에도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인도 대법원은 Aadhaar 정보는 본인 동의 없이는 민간 기업에 제공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로 인해 DigiYatra의 확장 계획은 크게 지연되었다.

또한 인도 국민 일부는 Aadhaar 등록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자동입국 시스템을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결과적으로 DigiYatra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안착되지 못하고, 일부 공항에서 제한된 기능만 운영 중이다. 이 사례는 기존 생체 인증 인프라가 있다고 해서 자동입국 시스템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데이터 활용 범위와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면, 기술 기반은 오히려 제약이 될 수 있다.

 

영국 eGate 오작동과 보안 사고로 인한 시스템 신뢰도 하락

영국은 유럽 내에서 가장 먼저 자동입국 시스템을 도입한 국가 중 하나로, 주요 공항인 히드로(Heathrow)와 개트윅(Gatwick)에는 수십 개의 eGate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2023년과 2024년 사이, eGate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한동안 작동하지 않는 대규모 장애가 발생하면서 큰 혼란이 있었다. 특히 2023년 5월 발생한 전국 eGate 일시 마비 사건은 수십만 명의 승객이 수동 입국심사를 받게 만들었고, 히드로 공항에서는 입국 대기 시간이 최대 5시간까지 늘어나 큰 비판을 받았다.

이 문제의 원인은 시스템 업데이트 중 발생한 소프트웨어 오류로 밝혀졌지만, 더 큰 문제는 보안 사고였다. 일부 게이트에서는 얼굴 인식 데이터가 잘못 연결되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입국 처리가 되는 사례가 보고되었고, 이는 곧바로 언론에 보도되며 시스템 신뢰도를 크게 하락시켰다. 영국 내무부는 해당 오류에 대해 신속히 사과했지만, 이후에도 eGate의 작동 불안정성은 반복적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 정부가 자동입국 시스템을 단기 성과 위주로 확산시키면서 발생한 안정성 부족의 결과였다. 공공 시스템은 단순히 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류 가능성과 긴급 대응 역량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영국 사례는 기술 도입 이후의 운영 안정성 확보가 실패했을 때 신뢰를 어떻게 잃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질 자동입국 시스템 중단: 비용 대비 효율성 한계

브라질은 2015년부터 주요 공항에 자동입국 시스템(SAEC)을 시험 도입하며, 남미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자동화를 시도한 국가 중 하나였다. 브라질 정부는 내국인과 일부 외국인을 대상으로 eGate를 설치하고 생체 인식 기반 입국 처리를 시작했지만, 운영 3년 만에 시스템 유지비용과 기술 지원 문제로 중단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브라질의 경우 공항 인프라가 지역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수도인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항은 자동입국 시스템에 필요한 기술 인력과 유지보수 시스템이 부족했다. 특히 외주 업체에 의존한 시스템 운영은 일관성을 떨어뜨렸고, 보안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작동이 자주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입 예산 대비 이용자 수가 적었다는 점이다. 등록 이용자가 제한적이었고, 사용 가능 시간도 공항 운영 시간에 따라 제한되다 보니 시스템의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2019년부터 신규 eGate 설치를 중단했고, 기존 시스템도 점차 철거하거나 수동 심사로 돌아갔다.

이 사례는 자동입국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기술·인프라·인력·예산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단순한 ‘기술 도입’만으로는 시스템이 오래 유지되지 않으며, 수요 예측과 장기적인 운영 전략이 없다면 결국 중단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