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행정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의 출입국 관리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자동입국 시스템, 생체인식 기반 신원 확인 기술 등이 전 세계 공항에 도입되면서, 기존의 수기 심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스마트 출입국 관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대한민국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이 진행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과 생체정보 수집 범위의 확대가 있다. 과거에는 여권과 비자 정보, 지문 채취 정도에 한정됐던 신원 확인 방식이 이제는 얼굴 인식, 홍채 정보, 체형 정보 등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법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특히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개정된 입국관리법은 생체정보의 수집·이용·보관 범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며, 출입국 과정의 자동화를 제도적으로 적극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항에서의 출입국 절차는 보다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민과 외국인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입국관리법 개정 이후 생체정보 수집이 어떤 방식으로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정책적·법률적 변화와 사회적 논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본다.
개정된 입국관리법이 생체정보를 정의하는 방식의 변화
개정된 입국관리법에서는 ‘생체정보’의 범위를 보다 명확하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기존 법률에서는 지문 정보만을 중심으로 신원확인을 진행했고, 얼굴 인식이나 홍채 정보는 일부 예외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2025년 적용 개정안에서는 생체정보를 ‘신체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징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정의하면서, 지문, 얼굴, 홍채, 정맥 패턴, 음성 패턴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정의의 변화는 자동입국 시스템 도입을 위한 기반이 되며, 법적으로 생체정보 수집의 정당성과 근거를 명확히 제공한다. 이제 법령에 따라 출입국관리 당국은 입국자나 출국자의 지문과 얼굴 정보뿐만 아니라, 홍채나 음성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정보는 자동화 시스템에서 본인 식별과 국경 보안 강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개정된 법령에서는 생체정보의 수집이 의무적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상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포함된다. 일정 체류기간 이상인 외국인,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 또는 출입국 위험요소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자동으로 생체정보 등록이 요구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입국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출입국 심사를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보안성을 높이려는 정책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법적 정의 확대는 개인정보 보호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안고 있으며, 법적 균형 유지가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체정보 수집 대상과 범위가 확대된 주요 변화
입국관리법 개정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생체정보 수집 대상과 범위의 확대다. 과거에는 외국인 중 특정 체류자격을 가진 사람이나 범죄 전력이 있는 자, 혹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한정하여 생체정보를 수집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대상 범위가 사실상 ‘전 외국인’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무비자 입국 국가의 단기 체류자까지도 생체정보 수집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조항이 명문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생체정보 수집 시점도 다양화되었다. 기존에는 입국 심사 시점에서만 수집이 가능했으나, 개정 법령에서는 사전 전자여행허가(ETA) 신청 단계, 항공사 체크인 단계, 또는 모바일 사전등록 절차를 통해도 생체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공항 도착 전에 이미 생체정보가 등록된 상태에서 자동입국 게이트를 통과하는 방식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집된 정보의 보관 기간 및 활용 범위도 확대되었다. 이전에는 출입국 목적 외에는 활용이 금지되었지만, 개정 법령에서는 테러 방지, 공공안전, 감염병 확산 방지 등의 목적에 한해 유관 기관과의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다. 이는 국경 통제를 넘어 범정부적 보안 체계로 확장되는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며, 자동입국 시스템은 더 이상 단순한 출입국 수단이 아니라 국가 보안의 일환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범위 확장은 동시에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으며, 민간단체나 시민사회에서는 ‘과잉 수집’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러한 갈등은 생체정보의 범위와 목적, 보관 방식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관리 시스템 마련 없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생체정보 보관·이용 방식의 변화와 법적 쟁점
입국관리법 개정 이후, 생체정보의 수집뿐만 아니라 보관 및 활용 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개정 전에는 생체정보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암호화된 상태로 보관되었으며, 활용 범위는 출입국 심사 시 본인 확인 절차에 한정되었다. 하지만 개정된 법령에서는 생체정보의 보관 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필요 시 국가안보 목적이나 국제 협력 수사 요청에 따라 정보 제공이 가능하도록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테러 방지, 범죄 대응력 향상, 감염병 대응 등의 공익 목적을 앞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생체정보가 개인 식별의 핵심 수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민감한 데이터임을 감안하면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보 제공 대상이 되는 기관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정보 요청 시 사전 고지 의무가 면제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시민의 알권리와 통제권이 침해될 수 있다.
또한 민간 기업과의 시스템 연동 문제도 법적 논의 대상이다. 자동입국 시스템이 항공사, 공항 운영사, 보안업체와 연계되는 구조 속에서 생체정보가 어느 범위까지 공유되고, 어느 수준의 암호화로 보호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 특히 얼굴 인식 데이터는 실시간 CCTV 분석 등과 결합될 경우, 감시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으며, 입국관리법과의 정합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법은 수단이지만, 그 적용은 국민의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체정보 관련 법률은 명확성, 투명성, 통제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 아래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자동입국 시스템 운영과 생체정보 제도 정착을 위한 과제
입국관리법 개정은 자동입국 시스템의 법적 기반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숙제가 남아 있다. 특히 가장 큰 이슈는 시스템 간 연동의 안정성 부족과 개인정보 보호 체계 미비이다. 현재 자동입국 시스템은 출입국관리청, 공항운영사, 국정원, 경찰청 등 여러 기관의 데이터와 연계되어 작동되지만, 통합 데이터 관리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기관 간 보안 수준에도 편차가 있다.
또한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체정보가 어디에, 얼마나, 얼마 동안 저장되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매우 낮다. 이는 향후 정보공개 요청, 동의 철회, 정보 삭제 요청 등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도 장벽이 될 수 있다. 자동입국 시스템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그 안에 입력되는 생체정보가 사용자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법률적인 측면에서도 생체정보와 관련된 법령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사용자는 입국관리법,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정부법 등 복수 법률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입국 절차를 자동화하면서 동시에 ‘생체정보 통합관리 기본법’과 같은 전담 법률 제정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도 중요하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와 같은 국제 기구에서는 생체정보 기반 자동출입국 시스템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와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생체정보의 수집과 자동입국 시스템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법률 체계와 국민 신뢰, 국제적 협력 수준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만 진정한 ‘디지털 국경’이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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